현대 부산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민주화 운동의 후원자.

유기선(劉基善)[1912~2008]은 1912년 9월 29일 평양에서 아버지 유계준 장로와 어머니 윤덕준 권사 슬하의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유계준은 주기철 목사가 이끌던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시무하였다. 유계준은 염전과 목재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여 교회를 도왔고, 주기철 목사가 순교한 뒤 그 가족을 돌보았다. 유기선도 평양 산정현교회 청년 회장을 맡아 신사 참배를 거부한 주기철 목사와 함께 일제에 맞섰고, 1944년 4월 주기철 목사의 옥사 후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하기도 하였다.

1932년 평양광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1935년 경성약학전문학교를 7회로 졸업하였다. 1944년 5월 조선 의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1954년 서울대학교 법대 법학과를 졸업하였다. 1969년 2월 서울가톨릭대학 대학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5~1938년 서울계농생약연구소의 지도 연구원으로 재직하였고, 1936~1945년 평양 산정현교회 남녀연합청연회 회장을 지냈다. 1937년 근성회 회장을 지냈고, 1938~1945년 평양반도제약합자회사 사장을 지냈다. 1939~1945년 평양 사법 보호 위원, 1945년 8월 동평양경찰서장을 지냈다.

8·15 광복 이후 소련군의 횡포에 맞서 청년층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처형될 위기에서 극적으로 석방되어 월남하였다. 월남 후 1947년 4월 대동강동지회 이사를 지내는 등 서울에서 반공 활동을 폈다. 김구(金九)와 만나 교감을 갖기도 하였으나, 남북 협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취하였다. 1948년 평안남도 도민회 이사에 취임하였다. 1947~1950년 서울한국약업진흥주식회사 상무 이사를 지냈고,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유엔군 제14야전병원 소속의 내과 의사로 휴전이 될 때까지 종군하였다.

1953년 부산에 정착하여 중구 보수동에서 내과 병원을 개업하였고, 부산신학교의 헌법학과·경제학과 전임 강사,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약리학과 강사 등을 겸임하였다. 1964년 중앙교회 장로, 1970년 영락교회 장로로 시무하였다. 1972년 10월 유신 체제가 들어서서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이 억압되는 상황이 지속되자 1974년 5월 24일 심응섭 목사, 송기인 신부, 우창웅 장로, 최성묵 YMCA 총무 등과 함께 부산인권선교협의회의 창립에 참여하였다.

유기선은 유신 치하의 부산에서 사실상 최초로 결성된 민주 단체였던 부산인권선교협의회의 모임 장소로 보수동에 있던 자신의 병원을 흔쾌히 제공하였다. 또한 1970년대 후반 부산대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씨알의 모임’의 모임 장소로 휴일 자신의 병원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2008년 4월 29일 사망하였다. 유기선 내과가 있던 자리는 2011년 책방 골목 문화관이 조성되었다.

유기선의 사상은 기독교 사상에 기초한 민족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라 할 수 있으며, 저술로는 자서전 『황혼의 명상』[1984]이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안평리 영락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