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북구 덕천동에 있었던 자연 마을.

숙등(淑嶝) 마을의 지명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전한다. 먼저 주지산[백양산의 한 봉우리] 북쪽 사면[嶝]에 쑥이 많아 쑥등이라 하다가 숙등이 되었다고도 하고, 숙등 부근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숙동 마을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주지산 음정골에서 숙등 사이에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숲등으로 부르다가 숙등이 되었다고도 하며, 또한 강변에서 맑은[淑]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嶝]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숙등 마을의 형성 시기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인근 음정골처럼 조개더미[貝塚]가 발견되어 오랜 거주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마을이 속한 지역은 1906년 양산군 좌이면에서 동래군 좌이면으로 개편되었다. 1910년 부산부에 편입되었으며, 1914년 행정 구역 개편으로 동래군 구포면 덕천리가 되었다. 1930년대에 만덕까지 신작로를 내었다. 1943년 동래군 구포읍에 속하였다가 1963년 부산직할시에 편입되면서 부산진구 구포출장소 덕천동이 되었다.

1975년 부산직할시 직할 북부출장소에 편입되었고, 1978년 북부출장소가 북구로 승격되었다. 1983년 10월 덕천동이 덕천 1동, 덕천 2동으로 분동되었고, 1992년 9월 덕천 1동이 덕천 1동, 덕천 3동으로 분동되었다. 1995년 부산직할시가 부산광역시로 승격하면서 부산광역시 북구 덕천동 숙등 마을이 되었다. 마을 내에 1978년 6·25 전쟁에서 다친 의용군 64가구가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옮겨 와 슬라브 단독 주택지를 조성하여 정착하였는데, 이 거주지를 부산 의용촌이라고 부른다.

숙등 마을 동쪽에는 상계봉, 남쪽에는 백양산이 있다. 마을의 거주지는 주지산의 북쪽 사면, 즉 현재의 숙등 공원 뒤쪽 언덕바지 지역이다. 마을 북동쪽으로 남산정 마을이 있었는데, 두 마을 경계에 꼬내이[고양이] 고개라는 짧은 고개가 있었으나 현재는 도시화로 두 마을 시가지가 연속되어 경계를 확인할 수 없다.

숙등 마을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규모 주택지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옛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현재 이 지역은 덕천 3동 주민자치센터, 덕천 시장, 양천초등학교, 숙등 공원, 도시 철도 숙등역 등이 있다. 또한 마을 북쪽으로 만덕로와 도시 철도 3호선이 지나고, 마을 남쪽으로 덕천로가 지난다. 숙등역, 숙등 공원 등의 이름에서 옛 마을의 흔적을 알 수 있다.